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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환경

탄소배출 0 (제로)의 도시 (조선일보)

아부다비=이태훈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23/2008012300024.html
중동 사막에 '탄소 배출 0' 도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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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중동의 사막 한가운데 세계 최초로 '카본 프리(carbon-free·탄소배출량이 0)' 도시가 들어선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1%(약 1000억배럴·세계 4위)를 보유한 석유 부국(富國)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가 21일 태양열·풍력(風力)·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100% 친(親)환경도시를 2013년까지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도시의 이름은 '마스다르(Masdar·아랍어로 '자원'이라는 뜻) 시티.'

여의도(8.4㎢)보다 조금 작은 넓이 6㎢의 마스다르 시티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고 에너지를 고(高)효율적으로 사용하게 설계돼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 자족 도시, 재활용을 통한 발전(發電)으로 쓰레기도 전혀 내지 않는(net-waste zero) 도시다. 마스다르 시티 건설을 주관하는 아부다비 기업 마스다르사(社)의 술탄 아흐메드(Ahmed) 알 자베르 CEO는 이날 국립전시관에서 가진 설명회에서 "100㎿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 중 일부가 이미 작년 12월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다르 시티에는 5만명이 살고, 기업 1000여개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도시에 쓸 500㎿(약 20만 가구 소비 규모)의 전력은 주변의 태양광 발전단지와 각 건물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이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마스다르 시티의 설계는 최근 베이징의 서우두(首都)공항 설계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Foster)가 맡았다. 전통 아랍 양식의 성곽으로 주변을 감싸고, 도시 계획도 건물을 좁은 골목 주변에 밀집시키는 아랍 양식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였다. 도시 주변에는 거대한 돔 형태의 주차빌딩이 곳곳에 건설돼 방문자나 주민은 모두 차에서 내린 뒤 시에 들어서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탄소를 배출하는 가솔린 자동차는 한 대도 없다. 주민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자기부상열차와 신개념의 1인승 이동 수단 '세그웨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 22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수도 아부다비의 국립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세계 최초의‘탄소 배출 없는 도시’가 될 마스다르 시티의 도시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아부다비=이태훈 기자
마스다르 시티에는 또 미 MIT의 협력을 받아 신재생에너지 과학기술대학원인 '마스다르과학기술대학원(MIST)'도 설립된다. 초대 총장을 맡은 러셀 존스(Jones) 전(前) 미 델라웨어대 총장은 "내년 9월 개교하면 교수 30명, 학생 100명 규모로 저에너지 건축, 저탄소 항공 등 5개 전공 과정이 개설된다"며 "MIST는 아부다비가 미래 에너지 기술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의 7개 토후국 중 맏형격인 아부다비는 UAE 전체 석유 생산량의 85%를 차지한다. 앞으로도 150년간 퍼 낼 수 있는 기름 위에 떠있다시피한 도시가 왜 이런 '카본 프리' 도시 건설에 나선 것일까.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석유 고갈 이후의 '새로운 석유'를 찾겠다"는 셰이크 모하메드(Mohammed)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술탄 아흐메드 마스다르 CEO는 "아부다비는 석유시대의 에너지 리더였고, 리더십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