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귤껍데기같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죽고싶을 만큼 불쾌할 것이다.
어째서 모공이 이다지도 주책없이 커진단 말인가!
모공의 사이즈는 사람마다 유전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모공이 작은 여성들일지라도 요즘에는 대부분 확대된 모공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정말 발라도 보고 먹어도 보지만 확대된 모공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의 치료책은 그것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모공을 키우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공은 말 그대로 모가 나오는 구멍이다. 이것은 땀구멍과는 다르다. 땀구멍은 땀샘에서 나오지만 모공에서는 털이 나온다. 피부를 확대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잔털들이 나오는 모공이 보인다. 그 모공에서 나오는 털에는 보이지 않는 오일(피지)이 발라져 있는데 이는 그 모공 안에 한 주머니가 달려있어 거기서 피지를 치약처럼 털에 묻혀준다. 이는 털이 피부를 뚫고 올라올 때 윤활제 역할을 하기고 하고 털기둥과 피부가 맞닿은 부분을 통해 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보호막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머리를 지나치게 감거나 세안을 지나치게 자주하면 머리털도 더 많이 빠지고 뾰루지도 더 많이 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도 두피관리나 탈모관리를 하는 곳에서는 줄창 샴푸를 뿌려대고 머리를 '세탁'하니 머리털이 남아나지를 않는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는 영양분을 주고 혈관을 증식시킨다지만 다 검증되지 못한 것들이다. 피부 표면을 통하여 모낭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멀건 검은 깨죽 한그릇을 먹는 것의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람들은 흔히 콜드크림 마사지나 딥클렌징폼을 사용하여 피지를 철저히 씻어내고자 하지만 그러한 습관은 모공입구의 연약한 세포들을 죽게하고 그 테두리가 늘어지게 한다. 주변이 헐거워진 모는 뿌리째 뽑히는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고 모공 벽을 더 증식시켜 두텁게 만들지만 그 작업이 격하다보니 그만 위로 불뚝 튀어올라 분화구처럼 되고 만다.
이 분화구는 비누와 각종 계면활성제가 가득한 '명품'클렌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모공의 방어벽인 것이다.
지나치게 씻고 문질러대는 것, 풍성한 비누거품, 밀크같은 클렌징크림 등의 총 공격이 모공을 그렇게 광분하게 만든 것이다. 거기에 열이 후끈 달아오르는 찜질방은 모공으로 하여금 불굴의 의지로 모공입구를 비후시키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적게 바르고 가볍게 씻는 것. 이것의 효과는 더딘 것 같아도 가장 바람직하며 가장 강력하고, 가장 저렴하며 가장 즐거운 것이다. 거기에 과자류와 인스턴트, 탄산음료 등을 삼간다면 더할 나위없는 명처방이 되는 것이다.
세간의 상업화된 모든 피부미용관련 산업들은 이것을 철저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