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되어 있다. 낟알은 여기에 탄소가 더해져 있고 그 탄소는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결국 낟알은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만들어진다. 이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온도와 햇볕이고 온도는 햇볕에서 오는 것이므로 결국 햇볕이 주역이 된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물론 99.9% 산소와 수소가 결합되어 있는 것이지만 이 결합의 아주 적은 부분이 깨져 미량의 수소가 이온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 이온형태의 수소 농도를 나타내는 것이 산도이다. 어떤 물질이 물에 녹아 이 수소이온농도에 영향을 미치면 그 물은 산이 되기도 하고 알칼리가 되기도 한다.
이 수소이온의 농도는 매우 미세한 것이지만 우리 몸의 모든 화학반응이 일정한 수소이온농도에서만 이루어지므로 바늘 끝 만한 변화에도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만큼 중요하다. 사람이 스스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갈비를 실컷 먹은 날과 채소를 잔뜩 먹은 날의 숨소리가 서로 다르다.
갈비는 몸에 들어가 분해되어 세포안에서 연소될 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이 이산화탄소가 혈중의 물과 결합함으로써 동량의 수소이온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발생된 잉여의 수소이온 때문에 몸이 산성화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호흡을 거칠게 내 쉼으로써 좀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공기중으로 방출하려는 것이다. 먹는 음식은 소변에도 영향을 미쳐 비슷한 메커니즘에 의해 소변이 신 맛을 내기도 하고 맹물같은 맛을 내기도 한다.
음식 뿐 아니라 대기의 신선도, 육체노동의 정도 등에 의해서도 우리 몸은 지나칠만큼 예민하게 산도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대체로 과일과 채소는 알칼리식품이고 육류는 산성식품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사실들 때문이다. 어떤이는 신맛이 가득한 오렌지가 왜 산성식품이지 알칼리식품이 되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단순이 입으로 들어오는 산성음식이 몸 안에서 그대로 산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속의 것들은 그것이 산이든 알칼리든 대부분 장에서 분해된 후 선별되어 들어오므로 신김치를 먹었다 해서 몸에 신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이 소변으로 또는 호흡으로 지나칠만큼 예민하게 산-알칼리를 조절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신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변화들을 막아내려는 것이지 수시로 섭취하는 음식들을 중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몸이 산성화되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피지 분비가 많아지며 호흡과 맥박이 빨라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은 금새 우리 몸의 조절능력에 의해 사라지고 다시 정상 상태를 회복한다. 그러므로 정상인들은 모두 중성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지 산성체질이 따로 있고 알칼리성 체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사람의 체질을 분류하고자 애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람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섭취와 배설로 이어지는 대사반응이 하도 복잡 미묘하다보니 뭔가 규칙을 찾아내려는 욕구가 발동한 것일 뿐 사람의 체질은 천만인이 각기 다 다르다. 물론 그 중에 어떠한 패턴이 있어 보이는 것은 흔히 먹는 음식이 비슷하고 들어가 잠을 자는 곳이 비슷한 까닭일 뿐 나면서 패턴을 지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예부터 음과 양, 사물의 색깔과 성질, 그것들과 오장육부의 관계를 살피고 연월일시를 따져 일정한 규칙을 찾고자 했으나 규칙은 또다시 모호함으로 돌아가기를 거듭하였다. 그러니 어떠한 건강문제든 먼저 체질 탓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면밀하게 살피도록 해야만 한다.
여드름이나 피부질환, 혹은 만성 소화불량 등을 체질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체로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의 먹는 문제와 바르고 씻는 문제를 살피는 것 만으로 간단히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